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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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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순 2022-06-21 13:00:00
신안 천사섬/퍼플섬/섬산티아고 여행후기(고대82바이크)
신안 천사섬/퍼플섬/섬산티아고 여행후기(고대82바이크) 2
<첫날 후기(6월 18일)>

라이딩 여행은 다른 여행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선 안 타던 자전거에 바람도 넣고 동네 자전거가게에 가서 점검하고 전날 차에 실어 두고 일정을 보면서 꼭 필요한 짐만 챙겨야한다. 이번 라이딩에는 특별히 보라색 옷이 필요해서 옷장을 뒤져서 반바지를 하나 찾았다. 분명 보라색 바람막이도 있었던것 같은데 못 찾고 보라색 양산을 혹시나 해서 챙겼다.

나의 짐싸는 스타일은 생각나는걸 쇼파에 늘어놓고 하나씩 추려가는데 자전거탈때 버스탈때 잘때 필요한거랑 세면도구만 해도 가방이 한 가득이다. 아침 일찍 출발해야하니까 4시반에 알람을 하고 일찍 누워서 잠을 청하지만 늘 여행 전날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날씨가 어떤가 궁금해서 다시 검색해보고 일정도 또 보고 집에서 세빛둥둥섬 주차장까지 어떻게 갈지 걸리는 시간도 체크하고 이틀 동안 옥상에 물을 못 주는데 괜찮을까 2층 아줌마에게 부탁을 해야하나...그러다 어느새 잠이 들고 알람도 울리기 전 4시경 잠이 깼다. 다시 자면 늦을것 같아 일어나서 물 한잔 마시고 스트레칭도 하고 다시 짐도 정리하고 앞집 아줌마가 빚어주신 모시떡 챙겨서 5시에 집을 나섰다. 하지가 가까워서인지 벌써 훤하다.

올림픽대로에는 차들이 쌩쌩 열심히 어디론가 떠나고 역시 새벽에 길 떠나는 자들의 풍경은 웬지 힘차고 희망찬 느낌이다. 늘 막히던 청담대교 성수대교 동호대교를 시원하게 지나 5시반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빨간색 버스가 짐칸을 열어 놓고 형순이가 자전거를 분해하고 있다. 나는 천천히 짐을 다시 점검하고 자전거를 가지고 버스로 갔다. 정말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1박2일 여행을 가다니 감격스럽다. 반갑게 형순이와 효분씨랑 인사하고 이번 여행에 뉴페이스 후배 이윤범샘과도 인사하고 자전거 바퀴를 분해해 차에 싣고 차에 타니 친구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반가운 인사가 한바탕 이어진다. 아~그간 다들 그대로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구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나도 앞으로는 내 바퀴는 내가 분해해야겠다. 출발도 하기 전에 형순샘과 윤범샘 땀범벅이다. 그래도 멀리서 선호가 마지막으로 오고 계획대로 7시 출발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 순간 형순이가 공구를 차에 두고 와서 다시 주차장으로 턴 아무래도 형순이가 과부하 걸린듯..그래도 고속도로 타기 전에 생각나서 다행이다. 형순과 윤범샘 안뛰어도 되는데 후다닥 주차장에서 공구를 챙겨서 다시 죽전으로 출발!

토요일이라 죽전 간이 정류장에는 버스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아서 앞으로 계속 버스가 움직이는 바람에 현우와 새롭게 합류한 홍근이가 자전거를 들고 타려다 다시 들고 뛰기를 몇차례 반복한 끝에 겨우 싣고 버스에 탔다. 이번에도 미리 자전거를 분해해둔 타이어를 두고 올 뻔... ㅋ
21명이 되는 인원이 움직이니 잘 챙겨야겠다. 이제 모두 다 탔으니 간단한 안내와 소개 시간.
이번 라이딩 코스를 계획 한 달섭이의 간단한 안내, 거의 첫날은 50킬로 정도의 초보 코스임을 거듭 강조하고 둘째날은 더 짧고 여유로운 관광코스라고.

분당에서 처음 자전거타고 기어 변속을 못해 끌고 왔다는 홍근이와 95학번 교육학과 출신으로 현 상명고 사회샘인 윤범샘의 씩씩한 인사가 끝나고 묵직한 명품 단팥빵과 착즙 과일 주스로 아침 식사를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신안을 향해 버스는 달린다. 나도 비슷하게 느끼는거지만 같은 82 동기들 모임인데도 모임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임숙이가 꼭집어서 바이크 친구는 서로 챙겨주고 다정한 초등학생 분위기라고 ㅎ ㅎ 축구부는 좀 터프하다고 아무래도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건실한 타입이 많은 듯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느끼는 바이크 특징은 배려심. 오늘도 여친들에게 앞 좌석을 양보해주고 세심하게 신경써 주어 늘 감사한 마음 게다가 이번 여행에 참석도 못하면서 찬조까지 해주는 구승회 최석두 나진희 사부님과 버프를 협찬해준 택주까지 너무 고맙다.

정안 휴게소에 내려 잠시 쉬고 다시 출발... 역시 밤의 고장답게 정안을 지나는데 창밖으로 밤꽃이 가득하다. 이 계절에 남도로 여행을 가 본적이 없어 처음보는 현란한 광경이다. 밤꽃만 보아도 그 향기가 숨막히게 머릿속에 뿜어져 나오는듯 어지럽다.
잠이 잠깐 들었다 깨어보니 창밖으로 붉은 땅이 드러나면서 여기저기 붉은 망 가득찬 양파가 뒹굴고 있다. 벌써 무안이구나. 저 붉은 황토와 비와 햇빛이 키워내는 튼실한 양파와 마늘만 보아도 배가 불러온다. 일주일 전에 최혜선이 나의 민화 전시회에 왔다가 요즘 통 박태영이 안 보인다고 궁금해 했는데 마침 뒷자리에 앉아서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다 신기한 블록체인 강의를 듣다보니 무안공항을 지나 신안에 도착...

길이 밀려서 예정보다 좀 늦게 도착했다. 버스를 세워두고 일단 점심을 먹으러 숙자네로 향했다. 유명한 집인 듯 아줌마가 바쁘다. 오늘 이 지역에 행사가 있어서 예약을 안 받아 준다고 해서 도착해 다리를 건너면서 돌솥 백반을 주문했는데 우리가 가니 상이 차려져 있다. 집에 오이를 다 못 따먹어서 늙어가는데 밖에 나와서 먹는 오이무침은 왜이리 맛있을까. 여러 친구들과 함께 먹어서 그런가?
점심먹고 라이딩 복장으로 갈아입고 자전거를 내려서 바퀴를 끼우고 본격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예상보다 늦어져서 분계해변은 들르지 않기로 해서 약 35킬로 정도 라이딩이지만 자동차가 오가고 다리가 아치형이라 쉽지만은 않을것 같다. 일부 구간은 자전거도로가 없고 좁아서 끌바를 해야한다고 달섭대장이 걱정을 한다. 라이딩이 시작되고 진희가 넘어져서 잠시 긴장감... 다행히 다치지 않은듯 씩씩하게 고고씽... 얼마가지 않아 바로 둔장해변에 내려 멋진 포즈로 단체 사진을 찍고 놀러온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다시 출발한다.

평소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니면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데 친구들이 있어 용기백배 겁도 없이 차도를 달린다는 사실이 놀랍기만하다. 자은도에서 은암대교를 넘어 암태도 기동삼거리에서 유명한 동백파마머리벽화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두둑한 찬조금으로 맘껏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만두와 찐빵 간식을 먹고 다시 출발
주말에다 행사도 있고 공사까지 하고 있어 길이 편안하지는 않지만 무사히 다리를 건너 잠시 팔각정에서 쉬기로 했다. 처음 라이딩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업힐 다리를 건너느라 홍근이가 힘들어 보인다. 화이팅 홍근!! 마그네슘과 이것저것 약을 달섭대장이 주고 현우가 싸온 쵸코렛을 먹으며 달콤한 휴식을 하고 다시 출발...

게으른 나는 여행지에 와서 관심과 흥미가 생겨야 찾아보고 공부하는데 안좌도가 내가 좋아하는 김환기 화백의 고향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동네 표지판도 김환기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김환기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어린시절 눈에 담았던 풍광에서 온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찾아보니 초등학교까지 이곳 당시는 기좌도에서 다니고 섬을 떠날 때는 땅을 소작농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니 너무 훌륭한 분이다. 나중에 다시 와서 생가도 가보고 미술관도 가봐야지

안좌도 바닷가는 환기가 사랑한 달항아리, 여인, 꽃사슴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가물어도 남도의 꽃과 나무는 때깔이 다르다. 빛도 더 선명하고 잎도 반질반질해서 아무렇게 여기저기 흐드러진 수래국화도 개망초도 달맞이꽃도 접시꽃도 지나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꽃이 만발하니 쉬어간들 어떠하리~라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퍼플섬을 향해 달려간다. 서해바다는 여기저기 섬이 있고 물빛마저 황토빛이라선지 망망대해 같은 불안감이나 짙푸른 동해바다가 주는 시원함이 없지만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이 사는 갯벌을 보고 있노라면 펄떡이는 짱뚱이, 고동, 게들이 정신없이 쏘다니는 모습이 강남역 못지않게 번잡하면서도 즐겁다. 차츰 여기저기 보라색 플랭카드, 지붕이 보이기 시작했다. 걸어서만 들어갈수 있는 섬이라 자전거를 세워두고 이미 다녀온 광석샘이 남아 자전거를 맡아 주기로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퍼플섬으로 향했다. 다들 하나씩 보라색 옷이나 모자 양산을 들고 매표소로 향했다 가장 놀라운건 윤범샘의 보라색 터번이었다 분명 목에 걸고 있던 스포츠타올이었는데 멋진 카라반 분위기 ㅋㅋ... 강남구 노원구 주민은 자매결연으로 무료입장이 된다고 택주가 알려준다. 마을에 들어서니 다리도 꽃도 자동차도 퍼플 퍼플 여기 구호는 아이 퍼플 유.

보라색 바늘마편초가 한가득 군락을 이루는 언덕에서 어린 왕자가 여우를 기다리며 전화를 하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도 하고 반원도 처럼 튀어나온 바닷가에서 어린왕자와 여우와 함께 석양을 보았다.

아 배고파~
모두들 이른 아침에 나와 열심히 운동을 해서 배가 고팠다. 이곳에 지인이 있는 임숙의 도움으로 숙소가는 길에 용궁횟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8시가 다 되어 어둑해진 용궁횟집에 들어서니 산해진미가 펼쳐져 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배 부를때 까지 두툼한 회를 먹었다. 삶은 계란도 맛있고 방울토마토도 달고 새콤하고 고동무침도 맛있다. 반찬을 갖다주는 중1짜리 쥔년 딸도 귀엽다. 반찬을 더 달라고하면 쥔년 몰래 듬푹담푹 퍼주는 쥔년 언니의 입담이 흥을 돋군다. 배가 불러올 무렵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안되었다며 농어구이가 나오고 배부르다면서도 우리는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여긴 5명이 앉아서 한마리 더 주세요 애교를 피워 또 쥔년 몰래 농어구이를 한마리 더 먹고 나니 멀리 광주에서 2시간반 걸려 일부러 형욱이가 찾아와 주었다. 우리 테이블에 앉은 형순샘은 효분씨의 안타까운 눈길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밥 한숟가락 들었다 일어나 다른 테이블에 부족한거 채워주고 또 잠시 앉았다 일어나 술 떨어진 자리 챙기고 형욱이가 오니 너무 기뻐서 밥은 안중에도 없다. 아이 참 효분씨에게 미안하다..바쁜 형욱이가 20만원을 선결제하고 가서 우리는 계획에 없던 낙지초무침까지 먹고나서 흡족해하며 용궁을 나왔다.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신 쥔년이 나와서 친구들과 소주 한잔하시고 흥에 겨워서 춤도 추고 밖에 나오니 밤바다가 반짝이며 누워있다. 너무 늦어서 부랴부랴 숙소로 향한다. 내일 새벽에 섬에 들어가는 배를 타야하니 제발 일찍 자고 6시에 출발시간 엄수해 달라는 형순의 애원...
여자친구들 4명은 201호 새로 지은 듯 비교적 깨끗하고 넓은 펜션이다. 후다닥 씻고 이불을 펴고 눕자 나는 바로 기절해서 잠이 들었다.

<둘째날 후기(6월 19일)>

여행 오면 알람 없이도 제 시간에 눈이 떠진다. 귓가에 진희 임숙 효분의 수다가 조금씩 선명하게 들린다. 여자들 수다는 신비롭다 엄청난 언어기술과 고도의 두뇌회전과 아이큐 이큐 다 높아야 한다. 과하지 않은 감정표현과 더불어 수긍의 눈짓과 몸짓 그리고 관심과 애정을 담아 리액션을 하면서 자기의 의사를 어느 정도 섞어주어야 하는데 대부분 여자들은 십대부터 너무 자연스럽게 이 기술을 터득해 자연스럽게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글도 지문이 있지만 목소리 대화를 이끌어가는 과정도 다 달라서 듣고 있노라면 새들의 노래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진희는 약간 파 정도 음색으로 분명 간결하게 확인하듯 그러나 중압감을 느끼지 않을까 저어하며 천천히 말을 한다. 반면 임숙이는 솔음 정도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빠르게 약간 흐릿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아이러니를 즐기고 주석이 달린다. 효분은 차분한 미음으로 항상 상대의 주제 안에서 이야기한다. 상대방 말을 다 들어주면서 맞장구를 쳐준다. 이제까지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물론 형순이와 얘기 할 때는 다르다. ㅋ

다들 씻고 난 후에 마지막으로 세세하게 오일 폼 비누까지 세면도구를 챙겨온 진희의 올리브 비누로 세수를 하니 기분이 럭셔리해진다.~~여자친구들과 여행하는 재미 중 하나는 남의 파우치 구경하기다. 내가 모르는 벼라별 브랜드와 용도의 화장품들이 있다. 진희말에 의하면 보통 여자들이 10여개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니 열심히 돈 벌어 갖다주세요. 사실 남자들이 피부가 더 튼튼하고 좋다. 여자들은 피부가 얇아서 보호막이 필요하다. 이해해 주시길ㅋㅋ ㅋ 어젯밤에 대충 빨아놓은 덜 마른 옷을 대충 입고 6시 버스 탑승 완료...

선착장에서 신분증을 걷어 배표를 사고 이제는 메케닉 현우도 있고 공대생들은 얼추 자기 바퀴는 각자 조립해서 빨리 자전거를 조립하고 어제 용궁횟집에서 쥔년 몰래 준 삶은 달걀과 음료수를 마시면서 배를 살짝 채우고 승선했다. 여긴 새우깡 주는 사람들이 없는지 갈매기떼가 쫒아다니지 않는다. 후미 의자에 앉아 물멍하는데 옆자리에서 참외 드시던 아저씨가 어디가냐고 묻더니 꼭 비금도 도초도를 가보라고 하신다. 왠지 범상치 않은 베가본드의 느낌이다. 나중에 섬에서 계속 마주치게 되었는데 고대 선배님이셨다. 힘 있을때 섬여행 많이 다니라고 힘주어 말씀하시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멀고 힘들지만 원석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우리 열정이 넘치는 친구들 7킬로가 넘게 바다 위로 쭉 뻗은 1004대교를 배경으로 멋진 포즈로 사진도 찍고 그간 못한 이야기꽃 피우다보니 금새 병풍도에 닿았다.

병풍도는 맨드라미 섬이란 애칭으로 불리울만큼 온통 주홍색을 테마로 산뜻하게 가꾸어져 있다. 효분씨 표현대로 코랄 산호색에 더 가까운듯 여자들은 립스틱 색으로 적색계열을 구분하는데 익숙한 것 같다. 남자친구들 혹 립스틱 선물 할 일이 있으면 코랄색이 무난합니다. 맨드라미는 아직 철이 아니지만 섬 구석구석 진분홍 송엽국, 연분홍 달맞이꽃, 분홍 메꽃, 분홍 패랭이꽃, 여러가지 색으로 핀 톱풀에 붉게 익어가는 산딸기와 뱀딸기 이르지만 코스모스 노오란 금계국까지 꽃들이 아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피어 어딜보나 꽃밭이다. 서울의 공기와 햇빛과 다른 맑은 공기와 쨍쨍한 햇볕을 받고 자라선지 어제 본 중1 소녀처럼 쌩쌩한 건강미가 넘친다. 선착장에서 얼마 가지 않은 언덕 위 맨드라미집에 들어서니 새벽4시에 일어나 담은 김치와 남도에서만 맛볼수있는 울외장아찌며 갓 지은 밥에 게가 가득든 감칠 맛나는 게찌개로 어젯밤에 그렇게 먹고도 밥 한톨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이렇게 맛있는 안주를 두고 어찌 술을 마다할수가 있겠는가 아뿔싸 술은 생각도 못한 사모님이 난감해하자 사장님 직접 담근 귀한 술을 내오신다. 너무 감동이다. 아침을 두둑히 먹고 마당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개냥이랑 놀고 있으니 무념무상 행복하다. 그러나 진행을 맡은 형순이는 12사도의 집을 다 가야하는데 마음이 바빠서 채근한다. 아쉽지만 출발...

언덕 하나를 오르니 탄성을 자아내는 바다 풍경이 바로 펼쳐진다 이리저리 앉아서 경치를 즐기며 사진도 찍고 아마 이러다 아번 라이딩 사진은 2000장쯤 나올듯 이제 진짜 첫번째 사도의 집 베드로의 집으로 향했다 건강의 집이라고도 하는데 흰 건물안에 소박한 엉겅퀴와 양귀비꽃이 그려져 있다 들어가 문을 닫으니 기도가 절로 나온다. 나의 기도는 늘 같지만 항상 간절하다.
두번째 안드레아의 생각하는 집을 가다가 천하의 인간 지도앱 달섭이 알바를 다하고 워낙에 널널한 일정이니 다른 느긋하다. 앙증맞은 동화 속 작은 성같은 이곳에는 우아한 민트그린 빛깔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상이 있어 진희의 사랑을 듬푹 받고 사실 이 섬에 고양이가 많은 듯하다. 생선이 흔해선지 고양이들이 예쁘고 순하다. 여기서 기도는 나를 위해했다.
세번째 야고보의 그리움의 집은 오두막을 연상케하는데 3평 남짓되는 작은 공간이 주는 적막과 고요가 놀라웠다. 누구나 이런 성소가 필요하다. 야고보의 집에서 나의 기도는 친구들에게 바쳤다
네번째 하얀 등대처럼 세워진 생명평화의 요한의 집은 스태인드 글라스에서 퍼지는 빛이 평화롭게 공간을 채워준다 정말 나도 모르게 기도는 여기 여행하는 모든이들에게
다섯번째 노둣길로 내리 꽂히는 길목에 배처럼 세워진 필립의 집 ,행복의 집은 이국적이고 장난스런 느낌이다. 행복한 여행을 하게 된 것에 감사하다.
썰물에만 드러나는 노둣길을 따라서 여섯번째 바르톨로메오의 감사의 집은 물 속에 지어졌다. 물에 비쳐진 오색의 셀로판지처럼 자개 같기도한 신비하고 영롱한 아름다움에 멀리서나마 이 섬을 이렇게 아름답게 가꾸고 내어준 이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일곱번째 인연의 집(토마스)은 온통 흰 건물 안으로작은 십자가가 쏟아 내는 빛의 세례를 받으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다 나왔다
순례자의 섬 게스트 하우스에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친절한 사장님이 김전도 리필해 주시고 아삭한 상추에 돼지고기볶음과 오징어초무침으로 맛있는 밥을 뚝딱 한그릇 해치우고 나오니 해가 점점 뜨거워진다. 찬조금 두둑한 우리는 호기있게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시켜 마시면서 정오의 햇볕을 피해 한담을 나눈다.
저 멀리 황금 알함브라 궁전같은 노듯길 한가운데 자리한 기쁨의 집(마태오)은 갯벌을 위에서 반짝반짝 기쁨을 노래하는 듯 나의 기도도 기쁨으로 가득찬다.
여기서 아침에 배에서 만난 선배님을 다시 만났다 큰 웃음으로 우릴 응원해 주시고 '여러분 아름답습니다!'
아홉번째 소원의 집(야고보)은 소박한 농부의 집 같기도 하고 물고기 모양 푸른 유리로 들어오는 방에서 나무가 편안 하게 쉬게 해주어서 한참을 소원을 빌어본다.
친구들 사진 찍는 횟수가 줄어가는데 열번째 칭찬의 집은 뾰족한 네개의 지붕 아래 푸른 타일 바닥이 시원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나를 칭찬하며 기도해본다.
열한번째 하트문이 달린 사랑의 집에서 다시 태영의 멋진 구도를 따라 폭풍샷을 남기고 (그래 세상에 최고는 사랑이지.)
푹푹 빠지는 모래 대숲길을 끌바로 빠져나가니 다시 노둣길을 걸어 지혜의 집(가롯 유다)에서 기상 장로님의 유다에 대한 얘기와 구교와 신교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꽤 많아서 나는 이 섬의 지질조사도 할 겸 바위를 돌아보고 친구들은 근처 카페에서 즐거운 한담을 나누고 배를 타려는데 웬 아주머니가 핸드폰 잃어버리신 분 하고 외친다 혹시 나? 하며 찾는데 우리의 광석 회장님 핸드폰 큰일날뻔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한 여름 땡볕에 우리는 전의를 잃고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기로 했다. 지금가도 서울에 도착하면 밤늦을텐데 집까지 다시 라이딩 할 친구들도 있으니 현명한 결정이었다. 4시경 다시 자전거를 분해하고 (이번엔 나도 해보았다. ㅎㅎ) 점점 빠르게 분해 조립한다. 서울로 출발했다. 연신 임숙이는 생애 최고의 여행이었다고 왜 일까? 아마도 장소가 주는 놀라움과 경이와 즐거움 함께 한 친구들과 나누는 기쁨과 행복에다 걷고 달리고 먹는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들이 빚어내는 감정이 아니었을까?
군산휴게소에서 어묵을 한개 덜 받아서 다시 갔지만 실패하고 2개 사들고 오며 우리는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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